2024. 6. 25.
디자인이 멋져보여서
2000년대, 삼남매 중 유일하게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 의문을 가진 엄마가 있었고, 수학익힘책 네 모퉁이에 모두 졸라맨을 그려 플립북으로 활용하던 내가 있었다. 그 당시엔 막 앙드레 김이 TV에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알리고 있었다. 예전부터 ‘멋진’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말해버렸다.
그 때 다니게 된 미술 학원이 의외로 적성에 잘 맞아 학창시절 6년 내내 미술을 했다. 입시 때에는 회화 대신 디자인을 선택했다. 이유는 단순했다. 그림자에 보라색을 바르는 것에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었다. 나에게 미대 입시는 수월했다. 특별한 재능이 있기보다는 오래 그린 짬이 없어지진 않는구나 싶었다. 물론 괴롭도록 노력도 했지만.
세상을 구성하는 건 디자인
19살, 자연스럽게 지원할 대학교와 전공을 선택하는 시기가 왔다. 난 여전히 ‘멋진’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. 문득 든 생각은 이러했다. ‘내가 앉은 의자, 테이블, 핸드폰 이 모든 것이 디자인이구나, 난 산업디자인학과를 가야겠다’
그렇게 들어온 산업디자인학과.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세상은 넓었다. 자동차를 좋아하거나, 미감 자체을 즐기거나,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것에 푹 빠져있거나, 그저 입시를 잘 했을 뿐이거나, 그림그리는 게 좋았거나 등 같은 전공이라고 목적까지 엮이진 않았다. 그럼 난 어떤 목적을 가진 사람일까?
왜 디자인이어야만 할까?
미술을 시작할 때부터 전공을 선택할 때까지 지겹도록 들어온 말은 ‘넌 그래도 좋아하는 걸 찾았잖아’였다. 난 실제로 그런 줄 알았다. 대학에 와서는 더 넓은 세상과 더 많은 선택과, 그럼에도 원하는 게 뾰족한 친구들 사이에서 작은 혼란을 겪었다. 난 정말 디자인을 좋아하는 걸까? 그렇지 않다면 ‘난 무엇을 좋아할까?’를 찾아갔다.
다음 이야기에 계속…
